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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소통 포럼 CCF]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잘 잊고 잘 기억해야 행복감 커져... 뇌는 우리 말 잘 듣는다" [조선일보 2018-09-01]
글쓴이 webmaster 조회 224 등록일 2018.09.04
좋은 기억력은 행복의 자산, ‘기억력’ 대가 에란 카츠
유대인은 교사가 최고의 롤모델… 학생들, 걸어 다니며 공부한다
노인도 좋았던 시절 자주 되새기면, 기억력 60% 향상

이스라엘 출신 슈퍼기억력 소유자 에란 카츠가 서울에서 열린 제9회 문화소통포럼(CCF)에 참석차 방한했다. 그는 이스라엘 민족이 한국인만큼 인정 욕구가 강하다고 했다./사진=남강호 기자
스마트폰이 손안의 백과사전이 됐고 슈퍼컴퓨터가 조 단위의 연산을 처리하는 지금, 대관절 기억력이 뭐가 그리 중요할까. 암기력은 ‘영재 퀴즈쇼’에도 이미 철 지난 구식 두뇌 서커스가 아닌가. 의구심을 읽어낸 듯 세계적인 기억력 천재 에란 카츠가 웃으며 말했다. "기술이 발달하면 기억할 필요가 없어질 거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많은 것을 기억에 의존합니다. 창의성도 기억을 바탕으로 더 발전하죠."

파리가 미끄러질 듯 깨끗하게 밀어낸 머리를 지그시 누르며 그가 덧붙였다. "믿기 어렵겠지만 뇌는 우리 명령을 잘 듣습니다. 가령 쉽게 답이 안 나오는 괴로운 일이 있다면 잠들기 전에 뇌에 말하세요. ‘내일 아침 10시엔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오늘 밤엔 삭제하라.’ 신기하게도 다음 날 아침 10시에 그런 기적이 일어날 겁니다."

1965년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에란 카츠는 500자리의 숫자를 한 번 듣고 읊어, 기억력 부문 세계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모토로라, IBM, 마이크로소프트, GE, 코카콜라 등 세계적인 기업이 앞다퉈 두뇌 능력 계발 강사로 그를 초빙한다. ‘슈퍼 기억력의 비밀’, ‘천재가 된 제롬’은 한국을 비롯해 12개 언어로 번역되어 5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서울에서 열린 제9회 문화소통포럼(CCF)에 참석차 방한한 이 ‘뇌 기억술’의 대가를 만나 유대인 교육법과 기억력의 비밀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그는 유대인 공부법의 가장 큰 특징을 상상력으로 꼽았다. 유대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신’이라는 개념이 있고, 그것이 유대인의 상상력의 기본이 됐다는 것. 다른 민족이 우상을 섬기던 3천 년 전에 유대인은 이미 만질 수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초월적인 존재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수많은 역경과 불가능 속에서도 그들은 최선의 상상력을 동원했고 그 결과 지금의 ‘탁월한’ 이스라엘 민족이 있다.

-일전에 방한했을 때 한국과 이스라엘이 닮은 점이 많다고 했어요.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나요?

"물론이죠. 한국과 이스라엘은 태어나자마자 헤어진 형제 같습니다(웃음). 한국은 북한과 대치 중이고 이스라엘도 아랍 국가에 둘러싸여 있지요. 두 나라는 자원도 풍부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6.25 전쟁을, 유대인은 홀로코스트의 비극까지 겪었습니다. 바로 그런 불리한 조건 때문에 한국과 이스라엘 국민들은 더 빨리 더 많은 것을 성취했어요. 평범한 삶을 유지하고 싶다는 욕망과 인정과 사랑을 받고 싶다는 욕망이 동시에 상승작용을 일으킨 거죠."

-이스라엘 국민도 한국인만큼 인정 욕구가 강한가요?

"덜하지 않습니다(웃음). 인정 욕구가 악조건 속을 떨치게 만들었어요. 더 나아지기 위한 분투가 성공 동력이 됐지요. 더 많은 노력, 더 강한 혁신… 성실과 개혁이 결합해서 두 나라 다 다양한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 학교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학생들 특히 유대인과 한국인은 자기 부가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다른 미국인들보다 더 많은 것을 이뤄내곤 합니다."

그는 뇌를 위한 가장 좋은 훈련은 독서며,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TV보다 라디오를 듣는 것이 좋다고 한다./사진=남강호 기자
-한국인과 유대인은 미국뿐 아니라 자국에서도 왕성한 교육열을 자랑하지요. 하지만 한국은 지금 과열된 사교육과 과도기적 시스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어떻습니까?

"두 나라 다 교육을 매우 강조하고 있지만 다른 점이 있어요. 유대인들은 랍비 문화가 있어 교사를 지혜의 롤모델로 삼습니다. 교사가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죠. 또 이스라엘과 유대 사회는 똑똑한 사람을 매우 높이 평가합니다. 만약 모델이나 TV스타가 롤모델이라면 그들처럼 되길 원하겠죠. 사회가 변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유대인들에게 교사는 특별합니다.

다른 점이 또 있어요. 한국인은 유교의 영향 때문인지 교육 환경이 수동적이지만, 이스라엘은 굉장히 능동적이에요. 사소한 정의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질문하고 답을 찾습니다. 궁금증과 호기심이 찬양받는 사회예요.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도 선택권을 갖습니다. 사립 학교에 갈 건지, 공립 학교에 갈 건지. 제 딸은 시험이 없는 학교에 갔어요. 부담도 없고 경쟁도 없죠. 저는 딸의 선택이 성공적이라고 생각해요. 타인과의 경쟁 구도가 잡히지 않으니, 오로지 자기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더군요(웃음)."

-노벨상 수상자 중 45% 이상이 유대인이라는 건 여전히 세계인을 놀라게 합니다.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있는 유대인의 공부법이 또 있나요?

"천년 전에 쓰인 유대 민족의 책을 보면 ‘몸을 움직이면 정신이 기억을 더 잘한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실제로 몸을 앞뒤로 흔들면서 공부하면 암기가 더 잘 됩니다. 움직이면 두뇌에 산소공급이 원활해져서 두뇌를 활성화합니다. 유대의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지루해지면 일어나서 외우거나 다른 학생과 논쟁하는 광경이 자주 펼쳐져요(웃음). 공부하는 장소가 너무 안정적인 것보다 불편하고 낯설면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편한 곳에 있으면 두뇌도 안일해지거든요. 여행지에서 온몸의 감각이 예민해지고 집중력이 살아나는 경험이 있을 겁니다."

-본격적으로 ‘기억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죠. 당신은 기네스북의 슈퍼 기억력의 소유자입니다. 그 기록은 어떻게 세운 거죠?

"일종의 스턴트 같은 거였어요(웃음). 기억력 개선을 증명해보이고 싶었죠. 500개의 숫자를 한번 듣고 끝까지 읊었습니다. 기억력대회에 나가기 하루 전, 8시간 정도 메모리 테크닉을 훈련했어요. 운동선수처럼 말이죠. 누구나 할 수 있고 지금 그걸 가르치고 있어요."

그는 숫자마다 나름의 단어와 묶어서 상상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2번은 노아의 방주. 그래서 2번의 단어를 외울 때는 노아의 방주에서 여러 동물이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상상한다. 강아지, 드레스, 자동차, 콜라… 네 개 단어를 외워야 한다면 강아지가 드레스를 입고 자동차를 몰며 콜라를 먹는 장면 하나로 기억한다. "기억력 기술도 간단하지만, 그 과정을 잊지 않기 위해 계속 훈련을 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순서대로가 아니라 흥미가 있는 것부터 공부하라고 조언하는 에란 카츠./사진=남강호 기자
-하지만 사람들은 천재적인 기억력은 타고난다고 생각하죠.

"그렇지 않습니다. 천재적 기억력의 소유자가 존재한다는 건 신화예요. 기억력이 남보다 좋은 사람은 있지만, 그들은 다른 특정 부분의 뇌 능력이 떨어질 거예요. 저도 타고난 슈퍼기억력의 소유자가 아닙니다. 오로지 노력으로 이런 종류의 기술을 습득한 정도예요."

망각 연구의 권위자인 헤르만 에빙하우스에 의하면 입력되는 정보가 많으면, 뇌는 모두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50분마다 10분씩 쉬는 이유도 뇌에 새로운 정보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핵심은 잘 기억하려면 불필요한 걸 잊어야 한다는 것. 에란 카츠는 특별히 트라우마나 좌절에 대한 망각은 인생의 축복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잊고 싶어도 나쁜 기억은 더 자주, 오래 뇌에 머무릅니다.

"잊으려면 나쁜 기억과 관련된 부정적인 감정을 최소화해야 해요. 용서가 최선입니다. 의식적이고 반복적으로 나를 용서하고 타인을 용서해야죠. 또 하나의 방법은 나쁜 감정에서도 긍정적인 요소를 찾는 겁니다. 레몬은 시지만 레모네이드를 만들면 달죠. 누가 돈을 훔쳐 갔다면, 그가 남을 도왔다거나 꼭 필요한 부분에 썼다고 상상하세요(웃음)."

-쉽지 않은 일입니다. 뇌가 그렇게 우리 말을 잘 듣나요?

"놀랍게도 뇌는 우리 명령을 잘 듣습니다. 가령 쉽게 답이 안 나오는 괴로운 일이 있다면 잠들기 전에 뇌에 말하세요. ‘내일 아침 10시엔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오늘 밤엔 삭제하라.’ 신기하게도 다음 날 아침 10시에 그런 기적이 일어날 겁니다."

-반대로 잘 기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연결해서 상상하세요. 가령 방 안에 있다면 외워야 할 것의 핵심 단어를 방안의 책상, 액자, 시계에 결부시켜 상상하세요. 다음날 방의 구조를 떠올리면 전체 내용이 기억날 거예요(웃음)."

-나이가 들어 기억력이 나빠지는 건 어떻게 막을 수 있나요?

"가령 알츠하이머라면 그건 생리학적 질병이라 막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퍼즐이나 독서 등으로 기억력 감퇴를 늦출 수는 있지요. 행복했던 시절의 옛날이야기를 떠올려서 상대에게 말하는 ‘향수법’도 좋은 방법이에요. 되새길수록 뇌에 좋습니다. 나이가 든다고 기억력이 자동으로 떨어지진 않아요. 배우고 가르치고 여행 다니는 등 정신적인 활동과 육체적인 활동을 같이 하면 90세가 돼도 지금보다 60~70% 기억력이 좋아질 수도 있어요."

-현대 사회에서 암기력은 창의력만큼 대접을 못 받는 분위기입니다. 암기력은 컴퓨터에 맡기면 된다고 생각하죠.

"그렇지 않습니다. 뇌의 신경망은 연결돼 있어요. 슈퍼기억력도 창의적인 연결 능력에서 나온 거죠. 다방면에 지식이 있어야 창의력도 생기고, 창의성도 기억을 바탕으로 더 발전합니다. 사람들은 기술이 발달하면 기억할 필요가 없어질 거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많은 것을 기억에 의존합니다. 의사가 스마트폰을 검색하며 수술을 할 수는 없어요. 언어 학습도 기계로 주입할 수 없죠. 스스로 외워야 합니다. 새로운 걸 시도하려면 옛것에 대한 기억이 필수예요."

-하지만 일상에서 우리는 이미 많은 기억을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지혜의 교사로 삼으면 안 됩니다.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으면 기억력과 창의력이 모두 떨어집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도 걸어가면서 생각한 거죠. 컴퓨터 앞을 벗어나 움직이면서 생각하세요. 스마트폰이 아닌 나에게 의지해야 합니다."

-당신의 두 딸은 어떻게 공부했고 당신은 어떤 역할을 했습니까?

"(웃으며)자립심을 갖도록 가르쳤죠. 도움이 필요할 때만 도와줬습니다. 내가 두뇌계발 연구를 하면서 깨달은 진실은 학생이 준비될 때 교사가 나타난다는 겁니다. 강압적으로 하면 언젠가는 부작용이 나타나죠. 똑똑하다는 건 자신의 능력과 스피드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겁니다. 얼마 전에 딸이 혼자서 스페인 하이킹 여행을 다녀왔어요.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아이를 믿었어요. 여행 후 더 성숙해지고 책임감이 생기더군요."

-한국의 학부모들은 헬리콥터 맘이 많습니다.

"물리치기 힘든 본능이죠. 하지만 멈춰야 해요. 아이들은 우리를 통해 세상에 나왔지만, 우리를 위해서 나온 건 아니지요. 그들은 그들만의 인생이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아이큐를 모른다고 했다. 자신이 얼마나 똑똑한가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사진=남강호 기자
-슈퍼기억력을 갖게 된 것이 당신의 행복에 도움이 됐습니까?

"물론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시절 처음 기억향상법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성공은 하고 싶은데 최고 학생이 될 자신은 없었어요(웃음). 스트레스와 부담은 가능한 덜 느끼면서 적당히 우수한 학생이 되고 싶었죠. 다른 지름길은 없었어요. 그러다 기억향상법을 알게 됐고 제 인생이 달라졌어요(웃음). 물론 대단한 끈기가 필요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좋은 기억력은 인생에서 중요한 행복 자산이 됐습니다."

그는 자신의 아이큐를 모른다고 했다. 자신이 얼마나 똑똑한가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가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행복한 뇌를 위해 우리는 당장 내일부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아침에 차나 커피를 마실 때 단번에 들이키지 말고 천천히 드세요. 빨리 마시면 스트레스가 가중될 뿐입니다. 내가 나를 제어할 수 있다는 여유가 하루의 두뇌 활력을 결정합니다. 장을 볼 땐 목록을 머리에 기억하고 운전할 땐 내비게이션보다 내 기억과 직감을 믿으세요.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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