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드는 사람의 마음과 정성 담긴 음식은 기분까지 전달하는 깊고 심오한 수단이죠. 이런 정서 때문에 사람들이 국적에 관계 없이 열광하는 것 같아요."

오가와 이토(小川糸·46·사진)는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일본 소설가다. 2008년 낸 첫 장편소설 '달팽이 식당'이 8개국에서 100만부 이상 팔렸다.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대표 최정화) 등이 주최한 2019 문화소통포럼(CCF)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그를 지난 2일 행사장인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만났다.

"독자들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밝은 햇살 아래 빛을 쐬는 느낌이었으면 해요." 야마가타현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생 때부터 학교 숙제인 일기와 독후감 쓰기를 '즐겼다'. "일기에 일상뿐 아니라 작은 이야기나 시를 썼죠. 글을 쓰며 자유로워지고, 쓴 글을 소리 내 읽으며 다시 내게 들려줬어요."

대학에서 일본 고대문학을 전공했지만 사회에 나와 마케팅 회사와 잡지사를 옮겨 다녔다. 10여년간 여러 단편소설을 문예지에 기고했으나 잘 안 풀렸다. "서른 살 무렵 마지막으로 나와 가장 가까운 소재의 글을 써보고 안 되면 글쓰기를 그만두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렇게 나온 소설이 '달팽이 식당'이다. 연인에게 배신당한 주인공이 식당을 열고 맞춤식 요리로 손님에게 행복을 선사한다는 내용이다. 그는 "누구나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그때 먹었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떠올린 적이 있을 것"이라며 "먹는 행위에 대한 감사함, 대지가 생명력으로 키워 준 재료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의 글을 키워드로 압축하면 '일상의 행복'이다. 최근작인 '마리카의 장갑'은 손에 꼭 맞는 장갑을 끼는 것이 소박한 행복인 가상의 공화국 이야기를 그린다. 글의 영감을 얻는 순간 역시 음식을 만들 때, 강아지와 산책할 때 같은 '일상'이라고 했다. 그는 "판타지적인 몽글몽글한 방법으로 사회 속 위화감 느끼는 이들을 보듬고 싶어요. 제 글을 통해 타인과 교감하고, 인생이 조금이나마 행복해졌으면 합니다."